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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추천] 아무런 수식어가 없어도 되는, <남과 여> 리뷰 (스포 포함)Film: Reviews | News 2021. 8. 2. 01:33반응형
2016년도에 개봉한 '남과 여'는 공유와 전도연이 연기한 "정통 (불륜)멜로" 영화다.
네이버 시놉시스에는 다음과 같이 소개되었다.
핀란드의 하얀 설원 속 둘 만의 동행 ‘남과 여’ 헬싱키.
아이들의 국제학교에서 만난 상민(전도연)과 기홍(공유)은, 먼 북쪽의 캠프장을 향해 우연히 동행하게 된다.
폭설로 도로가 끊기고, 아무도 없는 하얀 숲 속의 오두막에서 둘은 깊이 안게 되고, 서로의 이름도 모른 채 헤어지게 된다.
일상을 파고든 뜨거운 끌림 '남과 여' 8개월 후, 서울. 핀란드에서의 시간을 설원이 보여 준 꿈이라 여기고 일상으로 돌아온 상민 앞에 거짓말처럼 기홍이 다시 나타나고 둘은 걷잡을 수 없는 끌림 속으로 빠져든다.
아래 리뷰는 개인적 감상이며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결혼 5년 차, 어느 일요일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외출한 늦은 오전에 넷플릭스를 켜서 찜해놨지만 여태 시간이 없어 보지 못했던 영화를 켰다. <남과 여>
공유와 전도연이 연기하는 멜로, 그것도 불륜이라니. 공유와 전도연, 그리고 기혼이 된 시점에서 불륜의 이야기는 어떻게 다가올까,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영화를 틀었다.
아이를 낳고보니 세상의 모든 아이가 소중하고 예뻐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는, 엄마의, 아빠의 얼굴들도 한번씩 보게된다. 엄마가 되고나서야 보이는 엄마들의 얼굴이었다.
영화는 그런 엄마를 비추며 시작한다. 핀란드의 특수학교에서 자폐가 있는 초등학교 3-4학년정도 되어보이는 아들을 하교시킨다. 시종일관 아들을 눈에서 뗄 수가 없다. 엄마는 수척하고, 매말라보인다. 하지만 정작 본인인 엄마에게는 아이만 보이는 듯하다. 캠핑을 가는 날에도 아들을 혼자 보낼 수 없어 학교 버스 앞에서 자신도 같이 가야할 것 같다고 할 정도로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아들이 탄 버스가 떠나고서도 발길을 떼지 못한 채 담배를 피우려고 한다. 하필 불이 없다. 모든 학부모는 이미 아이들을 보내고 다 돌아갔지만 한 아빠가 아직 가지 않았다. 그에게 불을 빌린다.
"한국사람이시죠?" 그 남자가 먼저 말을 건넨다.
담뱃불 빌리려다가 한국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의 도움으로 아이가 있는 캠핑장까지.. 3-4시간을 달린다. 근처까지 가서야 "멀리서라도 봤으니 이제 돌아가도 될 것 같아요" 발길을 돌리는데 눈에 발이 묶여 그 남자와 함께 있게 되었고, 충동적으로 혹은 운명적으로 몸을 섞는다.
이 영화는 구구절절한 사연과 서사를 부여하지 않는다. 특히 불륜을 끼고가는 스토리에서 캐릭터를 대변하려는 듯한 과한 설명은 되려 악효과를 낫는다. 불륜을 미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냐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 대신 <남과 여>는 인물들의 심리를 묘사한다.
영화를 다 보고나서 평점을 읽어보니 둘이 처음 만나 사랑을 하게 된 과정이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보았다. 이 영화는 굉장히 시적이고 메타포와 영상을 활용하여 그 서사를 풀어간다. 사우나를 우연히 발견하고 들어와 지쳐 앉는 전도연(상민 역)의 얼굴에서 이미 많이 지쳐있고, 차갑게 얼어버린 엄마의 삶을 읽어낼 수 있다. 순간적으로 깜빡 잠이 들 정도로 피곤해하는 것은 단지 오래 걸어서가 아니다.
그 와중에 그녀에게 닿은, 담배 한 개피 불을 붙일 정도의 온기, 그 남자의 온기는 아픈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춥고 외로운 타지에서 만난 같은 한국인이라는 정도의 작은 동질감정도의 온기는 얼은 몸에는 아주 큰 연료가 될 수도 있는 법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엄마는 엄마의 삶으로, 아빠는 아빠의 삶으로 돌아가지만 남자가 우연을 가장한 노력으로 둘은 다시 서울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갈등의 전개가 흘러간다. 둘은 거리를 두지만 서로 끌리고, 남자가 더 적극적으로 여자를 찾아오지만 여자는 갈등한다. 남자의 삶을 보여주고, 여자의 삶을 보여준다.
남자의 삶에는 아빠, 가장, 남편'만'이 있다. 여자의 삶에는 엄마, 커리어우먼, 아내'만'이 있다. 둘이 만날 때 비로소 '남자'가 되고 '여자'가 된다. 하지만 엄마는 여자가 아니고, 아빠는 남자가 아니다. 둘은 공존할 수 없는 단어인 것 처럼 느껴진다. 해가 뜨면 달이 가려 보이지 않고, 해가 져야지만 달이 환히 빛날 수 있는 것 처럼.
슬펐다.
같은 엄마로서, 그녀가 지금 사랑에 빠져있건, 흔들리건 여부를 떠나서 아이를 키우기에 경제적 부족함이 없는 가정임에도 불구하고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이든 것인지 십분 느껴져서. 특히 화장실 물을 먹으려는 아이를 말리다가 힘으로 밀쳐진 엄마가 순간 움직이지 못하고 털썩, 머리를 지끈 잡는 그 모습이 핀란드 사우나에 도착해 털썩, 주저앉으며 지친 한숨을 내 뱉는 모습과 겹쳐보였다. 아이는 아무런 장애가 없어도 키우기 어려운 존재다. 번듯한 직함에 내 직장이 있어도, 남편이 잘나가는 의사여도 그녀의 삶은 무미건조하다. 엄마로 소진되는 에너지는 끝이 없다.
아이를 특별활동에 데려다주는 여자는 남자 생각 때문에 마음이 복잡했다. 아이가 없어졌다는 것을 알고나서야 아이 신발 한 짝이 벗겨졌다는 것을 발견한 여자는 그제서야 다시 엄마로 돌아왔을 것이다. 여자는 없고, 엄마만 다시 남았다. 떠내려가는 강물에 대고 '떠내려가.. 떠내려가' 하는 아이 앞에서, 벗겨진 신발을 다시 던지고 거침없이 물 속에 들어가 다시 그 신발을 건져보이며
"엄마가 신발 찾았어! 걱정마! 안떠내려가, 엄마가 신발 찾았어!" 라며 아이를 안심시키는 것은 엄마이기에 할 수 있다. 폭우가 내리던 날이다.
그 길로 간 바다. 다시 아이를 찾은 안도감에, 아이와 함께 있을 때에서야 환하게 웃는 얼굴을 한다. 이 영화에서 단 한번 볼 수 있는 여자의 진짜 함박웃음이다.
그렇게 지켜내야하는 아들을 두고도, 엄마는 '여자'이기를 결심한다.
"우리는 만날 때 마다 여행을 하는 것 같아요"
그렇다. 알아가고 정착하며 가꿔가는 관계가 아니라, 여행 뒤엔 돌아가야 할 집이 있는, 그 집은 서로 반대방향인, 그런 사이.
남자는 우울한 아내와 딸이 있다. 내가 본 남자와 여자의 상황에서의 차이는 이렇다. 여자는 지금 이루고 있는 가정이 비교적 튼튼하여 여자가 엄마의 역할을 다 하지 않아도 가정이 붕괴되지는 않아보였다. 미디어에 나오는 정신과 의사 남편에, 아이를 봐주는 보모도 있다. 남자 역시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가정이지만, 남자의 아내는 남편의 부재를 견디지 못할 것 같아 보인다. 위태위태하다. 불안정한 엄마로 인한 불안지수가 높고 우울한 딸도. 그래서 남자는, 남편이자 아빠라는 그의 역할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 아닐까?
영화 전반 내내 남자가 먼저 연락하고, 먼저 용기내고, 먼저 다가간다. 여자는 모른척하고, 못본 척 하고, 없었던 일로 하려 노력한다.
남자가 기다리고, 여자가 고민하다가 찾아와야만, 만난다. 하지만 엄마가 '여자'가 되기로 선포하고 처음으로 남자를 먼저 기다리지만, 남자는 오지 않았다.
남자는 왜 오지 않았을까.. 영화가 끝나고서도 한참을 생각했다.
비겁한걸까, 막상 끝까지 갈 자신은 없었던걸까 아니면, 그녀가 힘든 선택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 배려도 있었던 걸까.
여자의 남편이 '이 늦은 밤에 어디를 가, 혹시 남자라도 생긴거야?' 농담 반 던진 말에 여자는 진담으로 답하며 집을 나왔을 것을 남자는 알지 못했을까, 알지 못했길 바란다. 알지 못하여서, 여자가 거기까지 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거라고 믿고싶다.
네이버 평점에서 이런 리뷰를 봤다.
영화 '남과 여'는 아빠, 엄마. 남편, 아내. 그리고 '남자', '여자'속에서 갈등하는 인물의 심리를 잘 묘사했을 뿐만 아니라, '남자'와 '여자'가 사랑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었다.
어쨌든 엄마로서, 아빠로서의 책임이 있다. 그래서 그들은 사랑을 선택한다해도 사랑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남자와 여자는 사랑에 있어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
이런 영화는 감정이입을 깊게 하게 되어서, 논리나 서사를 떠나 이미 배우들의 표현력에, 영상 연출에 이미 흠뻑 젖어서 눈물이 나고 마음이 시리다. 두 주연 배우의 열연에 경의를 표한다. 마치 내가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한 것처럼 영화가 끝나도 마음이 여물지 않는다.
그럴때 종종 나는 내 나름의 결말을 지어보면서 이야기를 끝맺기도 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몇 시인지 제대로 알 수도 없게 하염없이 눈만 내리고, 어떨 땐 너무 밝고 어떨 땐 또 너무 어둡기만한 핀란드에서
여자는 택시기사에게 '지금 몇시냐'고 물었다가, 질문을 거둔다.
"better not to know" 모르는게 차라리 낫겠죠.
사랑 앞에, 서로 앞에 엄마도, 아내도, 아빠도, 남편도, 그 아무것도 아닌 “여자”, “남자”만 있(었)다.
영화 <만추>가 생각나기도 했다.
<만추>를 즐겁게 보았다면 <남과 여>도 분명 좋으리라 추천한다.
넷플릭스 추천 영화 <남과 여>!
https://www.netflix.com/kr/title/81023567?s=i&trkid=13747225&vlang=ko&clip=81179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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